작품 창작 후기
우선 제 하이퍼디포엠은 인터넷에 어서와를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인터넷 문화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면 제목이 “welcome to the internet”과 매우 유사함을 눈치채셨을 겁니다. 실제로 해당 노래에서 영감을 받아 하이퍼디포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패러디를 위해 제목을 그렇게 설정한 면도 있습니다.
하이퍼디포엠을 감상하시다보면 인터넷을 비판하는 논조의 내용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만일 그러셨다면 제 작품 구성이 미흡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인터넷 자체를 매우 긍정적으로 인식합니다. 인터넷 덕분에 지금의 우리는 이전 세대와는 비교조차 불가능한 질적, 양적 우위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제가 겨냥한 지점은 인터넷의 하위 층위인 소셜 미디어입니다. 소셜 미디어는 인터넷을 구성하는 핵심 서비스입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 엑스가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는 인터넷과 달리 알고리즘에 의해 운영된다는 특성을 가집니다.이 알고리즘이 적용된 소셜 미디어라는 인터넷 플랫폼은 변질되기 시작했습니다. 기존 인터넷은 자유로운 정보 접근의 창이었습니다. 이를 표현하는 유닛이 “반추하다”입니다. 1990년대 초기 인터넷 환경으로 정적이고, 정보 탐색이라는 기능에 초점을 둔 인터넷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알고리즘을 적용한 소셜 미디어는 인터넷처럼 자유로운 정보 접근이 불가능합니다. 소셜 미디어 상에서 우리는 자유롭다고 착각하는 리벳 실험을 매순간 당하고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에서 원하는 콘텐츠, 정보를 선택하는 주체가 우리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보, 콘텐츠를 선별하는 주체는 우리가 아닙니다. 알고리즘이 사전에 우리의 취향을 파악하여 선별한 것들입니다. 메뉴판 유닛으로 이를 표현했습니다. 메뉴판 내에서 우리는 자유롭게 음식을 고를 수 있지만 실상 메뉴판 밖으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이는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무의식과 개인정보를 비롯한 세세한 정보를 모두 파악하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이를 유닛 ‘자유야’로 표현했습니다. 소셜 미디어 앱을 설치하는 순간 앱은 우리의 핸드폰 기종, 기기 식별자, 네트워크 정보, 앱 구동 상태(백그라운드에서 실행되는지, 사용자가가 스크롤 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회원 가입을 하거나 권한을 일정 부분 허용할 시에는 정밀 위치 정보를 파악합니다. 정말로 문제가 되는 지점은 앱을 사용할 때입니다. 가령 페이스북은 단순히 좋아요, 하트 아이콘으로 우리의 정보를 수집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단지 피드를 멈추고 바라보는 시간을 밀리초 단위로 계산하고 블루투스, 와이파이, 자이로스코프 원리를 사용해 주변 다른 기기와 거리, 머문 시간을 예측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소셜 미디어 앱은 우리의 그림자 프로필을 만들어 냅니다.
더 큰 문제는 알고리즘이 단지 맞춤형 광고, 맞춤 영상, 취향에 맞는 여행지 정보를 노출하는 것에만 이 그림자 프로필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알고리즘은 그림자 프로필의 정보를 토대로 우리가 관심을 가질 만한 정보는 물론이고 우리가 ‘반응’할만한 정보를 취사선택합니다. 반응할만한 정보는 대다수가 갈등 지향적 정보입니다. 가령, 알고리즘은 연예인이 빈곤계층에게 기부를 했다는 정보 보다 연예인이 무단횡단을 했다는 정보를 더욱 우선적으로 노출합니다. 소셜 미디어를 보유한 대기업이 원하는 바는 도덕적 단죄, 옳음의 증명이 아닙니다. 도덕적 단죄 과정, 옳음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노, 비난, 저격글과 같은 갈등이 주목적입니다. 갈등이야말로 소셜 미디어 사용자의 체류 시간을 극대화해 사용자에게서 더 많은 데이터를 추출하고, 더 많은 광고에 사용자를 노출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소셜 미디어에 체류하는 시간은 그 자체로 수익이 됩니다.
이에 따라 갈등 지향적인 의견이 마치 주류 의견인양 인식되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90-9-1 유닛, 나선 속에서 유닛은 이 현상에서 영감을 얻어 창작되었습니다. 90-9-1라는 명칭은 실존하는 이론으로 소셜 미디어의 참여자 사용 불균형을 설명합니다. 나선 속에서는 침묵의 나선 명칭을 빌려와 창작했습니다.
이 집단 착각은 소셜 미디어 세계를 양극화시킵니다. 1%의 극단적 사용자가 생산한 정보는 9%의 공유자를 통해 90%의 대다수 사용자들에게 전파됩니다. 따라서 90%의 일반 사용자들은 1%의 의견이 주류인양 인식하고 흑백으로 나눠서 소셜 미디어 세상을 인식하게 됩니다. 부족주의 유닛으로 이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진짜로 유닛은 부족주의 유닛의 안티 테제 유닛입니다. 진짜로 유닛 한가운데 핸드폰을 둘러싼 회색이 관건입니다. 회색은 세상은 흑백으로 나뉘지 않으며, 일면적이지 않고 다면적임을 나타냅니다. 핸드폰은 소셜 미디어 상에서 흑백으로 왜곡되는 세상을 의미합니다.
물론 1%의 생산자가 반드시 극단적 정보만을 생산하는 것은 아닙니다. 봉사활동, 재능 기부처럼 윤리적 행위를 게시물로 업로드할 수도 있으며 팩트 체크처럼 이성적으로 상황을 인식하는 게시물을 업로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알고리즘은 이를 반기지 않습니다. 사용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소셜 미디어를 통해 보는 세상(디지털이 될 수도 있고, 현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은 흑백으로 명백한 갈등만이 존재하는 전쟁터로 전락합니다.
이상 하이퍼디포엠 창작 후기를 마칩니다.
하이퍼 디포엠 "인터넷에 어서와" 의 모든 권리는 창작자 정재윤에게 있습니다.
(© 정재윤,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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